JENESYS 한국청년방일단(고등학생) 방일 후기(2025년 2월 11일~19일)

2025/5/30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이 주최한 고교생 일본어말하기대회와 일본퀴즈대회 입상자 등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역 고등학생 31명이 2025년 2월 11일부터 19일까지 9일간 'JENESYS2024 한국청년방일단'으로서 ‘일한 교류와 일본의 평화교육’이라는 테마로 구마모토현(熊本県), 나가사키현(長崎県), 사가현(佐賀県), 후쿠오카현(福岡県)을 방문했습니다.
해당 방일단에 참가한 추승준 씨의 일본 방문 후기를 소개합니다.
 
9일간의 경험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추승준(부산일과학고등학교)
 
"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
"브라질에서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을까?"
-에드워드 로렌츠, 1963년 기상학 논문에서-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츠(Edward Norton Lorenz)는 1961년 자신의 논문 「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 」에서 "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브라질에서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훗날 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되었는데, 변화무쌍한 날씨의 예측이 힘든 이유를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출발은 과학 용어였지만 시발점이 된 사건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큰 변화가 결과적으로 생겼을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나비효과'라는 용어로 정착되었다. 
  로렌츠는 이 질문을 기상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지만, 나는 지난 방일에 이 질문을 하고자 한다. "9일간의 경험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을 이렇게 방일 후기로 남긴다.
 
◉ 2月11日: 방일의 첫걸음
  2월 11일, 설레기도 하지만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김해공항에 집합했다. 다행히도 너무 좋은 단원들과 단장님, 부단장님을 뵈었기에 긴장감은 이번 방일의 테마인 '한일교류와 일본의 평화교육'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오자는 열정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BX146 항공편에 몸을 맡긴 채, 후쿠오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구마모토현으로 이동하여 일본에서의 첫날 밤을 맞이했다.
 
◉ 2月12日: OT와 외무성 특강, 구마모토 현청 특강 및 구마모토성 시찰
  2일차부터 본격적인 방일 일정이 시작되었고, 일한문화교류기금에서 준비해주신 OT 덕분에 다시 한번 이번 일정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후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북동아시아 제1과 스즈키 마사토 일한교류실장님의 '새로운 한일관계(일의대수의 한일관계)'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들으며, 오늘날 제3국이 끊임없이 위협하고 변화하는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 정세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이 고민은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계속 남아 있었고, 지금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에 있어 나는 무슨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구마모토 현청에 방문해서는 구마모토가 어떻게 지진으로부터 다시 부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들었고, 비단 구마모토뿐 아니라 한국의 지역사회 활성화에도 해당이 되겠다고 느꼈다.
  이후 직접 구마모토성을 시찰하며 지진으로부터 문화유산을 잘 복구한 모습을 확인하고, 기존 성벽의 돌이 배치된 순서까지 고려한 사실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 2月13日: 미나미시마바라시 아트 빌리지 시라키노와 잠복 기리시탄 유적
  3일차에는 나가사키현의 미나미시마바라시로 이동하여 아트 빌리지 시라키노에 방문하였다. 아트 빌리지 시라키노는 젊은 예술가들의 지원과 지역문화 발전을 목적으로 한 예술문화복합시설로, 폐교가 된 초등학교가 새로운 지역 예술 문화의 발신 거점으로 재탄생한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각 지역마다 새로운 개성을 가진 마을로 되살아나는, 그런 방식이 진정한 재기(再起)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후 아리마 기리시탄 유산 기념관과 하라 성터로 이동하여 '나가사키와 아마쿠사 지방의 잠복 기리시탄' 관련 유산을 시찰하였다. 이 시찰을 통해 일본에만 존재하는 잠복 기리시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 2月14日: 코카고등학교 교류와 미나미시마바라시 홈스테이 대면식
  4일차에는 나가사키현립 코카고등학교에서 교류회와 수업체험, 중식의 시간을 가졌다. 일본의 고교생들과 여러 의견을 주고 받으며, 양국 간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었고 멀리 나아가 향후 한일협력의 초석을 다진 것 같아 매우 기뻤다.
 
  이후 미나미시마바라시에 대한 소개 특강을 듣고, 홈스테이 대면식을 가진 후 홈스테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홈스테이는 이번 방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홈스테이 가정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방문하자마자 귤을 내어주시며 끊임없이 "못토 타베루(더 먹어; もっと食べる?)"라며 다정하게 대해 주신 데서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 2月15日: 홈스테이
  

 
  홈스테이 첫날에는 할머니께서 준비해 주신 일본식 가정식을 먹은 후, 할아버지 차를 타고 에코파크를 비롯한 주변 명소에 방문하며 일본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일본식 카레를 먹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떡 만들기 체험을 했다. 저녁에는 야키소바를 만들어 먹었는데, 두 분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다 보니 5시 반에 먹기 시작한 저녁식사가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명함을 받고 꼭 주기적으로 편지를 드리겠다는 약속을 드렸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도 결혼하고 신혼여행으로 오라는 말씀을 주셨다. 아직도 홈스테이를 생각하면 코끝이 찡하다. 
 
◉ 2月16日: 홈스테이 해산식과 나가사키 세계유산 및 일본의 평화교육 시찰
  홈스테이 해산식에서는 우리 모두가 흐르는 눈물과 함께 감사함을 전했다. 나 또한 꼭 다시 인사드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졌고, 지금도 그 마음은 전혀 변함이 없다.
  이후에는 오우라 천주당과 그래버원에 방문하여 '나가사키와 아마쿠사 지방의 잠복 기리시탄 관련 유산'을 시찰하며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의 나가사키 역사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과 평화공원도 시찰하였는데, 원폭 피해를 겪은 피폭자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현지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평화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서 참배의 시간을 가졌다. 이곳을 시찰하며, 평화란 무엇일까? 그리고 전쟁이란 그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일어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등의 고민을 하였다. 아직도 마음이 무겁지만, 평화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2月17日: 나가사키 현청 특강과 한일교류 테마시찰
  2월 17일에는 나가사키 현청을 방문하여 '나가사키현의 개요와 한국과의 교류에 대해'와 '한국과의 수산교류와 환경교류에 대해'를 주제로 한 특강을 들었다. 특강으로부터 다시 한번 한일교류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생각보다 지리적인 면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는 점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이후 나가사키현의 부산신사와 사가현의 도산신사를 방문하였다. 부산신사는 미카와치야키의 교주 중 한 명인 고라이바바(高麗媼)의 업적을 기려 제신으로 모신 신사로, 이 마을과 한반도와의 인연과 역사에 대해 배우는 귀중한 경험을 하였다. 도산신사는 17세기 초 임진왜란으로 끌려온 조선인 도공 이삼평을 기리는 신사로, 이삼평은 아리타 지역에서 일본 최초의 도자기를 생산하였다. 이후 이 지역에는 많은 가마와 도자기 가게들이 생겨 번영해 왔다고 한다. 
 
◉ 2月18日: 사가현립 나고야성박물관과 성과보고회
  어느덧 방일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 다가왔고, 사가현립 나고야성박물관을 방문하였다. 사가현립 나고야성박물관은 임진왜란 시기에 출병기지로 구축된 성곽 유적이지만, 현재는 한일교류의 거점으로 지역 초등학교의 이문화교류활동 지원, 한국어강좌 개최 등 적극적으로 한일교류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나고야성박물관에서 지난 날의 역사를 공부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
 
  이후 후쿠오카현으로 이동하여 성과보고회를 하였다. 성과보고회는 조별로 방일 소감과 액션플랜을 발표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조 발표가 끝난 후 단장님과 부단장님의 강평 및 인사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고생하신 관계자 선생님들께 대한 인사와 일한문화교류기금의 직원 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롤링페이퍼를 전달드렸다. 성과보고회에서 내가 느낀 방일의 경험을 전달함과 동시에,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진 단원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 되었고 내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 2月19日: 한국으로 귀국
  2월 19일에는 후쿠오카국제공항으로 이동하여, 일본 현지에서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그간의 감사 인사를 드린 후, 김해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 되돌아보면
  9일이라는 시간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결코 길지 않다. 그러나 이번 9일간의 짧은 여정은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시야를 넓히며, 마음을 울리고, 깊은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 역사의 현장에서 느낀 시간의 무게, 그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 순간들. 이 모든 경험이 작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내 안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바람은 머지않아 더 큰 울림이 되어, 나와 내가 속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이번 방일을 통해 미래 한일협력의 주역이 되고자 다짐했다. 이번 경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 앞으로도 교류와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다.
  9일간의 방일은 내 삶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