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있는 자국 미술품은 미(美)의 홍보 대사

2022/10/20
https://www.busan.kr.emb-japan.go.jp/img/b.gif<기사 원문 보기>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2100917353996152
 
도쿄에 있는 우리 집 베란다에는 작은 돛단배 한 척이 놓여 있다. 손바닥 크기만 한 돌을 돛에다 매단 이 배는 항상 북서쪽을 향하고 있다. “언젠가 북서풍을 타고 부산으로 다시 돌아오라”며 7년 전 내가 부산을 떠날 때 어떤 분이 주신 것이다. 당시 부산시립미술관장으로 계시던 분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일본 나가사키현립미술관과 우호적인 협력관계에 있다. 그 교류는 2008년 양 미술관 관장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서로 무리가 없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교류 실현을 목표로 했었는데, 점차 학술·교육 보급을 비롯해 시설 관리, 양 미술관 소장품 교류, 학예사 교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2009년부터는 매년 ‘내일을 개척하는 한·일 합동 어린이 미술교류전’을 개최하는 등 한·일 양국의 차세대 교육에까지 폭을 넓혔다. 2011년에는 두 미술관의 지속적인 교류와 미술관 사업 전반에 걸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양 미술관 교류에 관한 협정서’가 체결됐다. 부산시립미술관 지하 1층에 있는 어린이갤러리는 구체적인 성과 중 하나다. 개인 간 만남에서 시작된 교류가 두 지역 미술관의 시설과 소장품의 효과적인 활용, 나아가 한·일 차세대 교육으로까지 발전된 좋은 사례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상 해외 여러 도시에 있는 미술관을 방문할 기회가 많다. 내가 과거에 근무했던 미국 시애틀과 호놀룰루에는 시애틀 미술관과 호놀룰루 미술관과 같은 그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이 있었다. 시애틀 미술관은 미술관 입구에 있는 거인이 망치질하는 모습의 조각작품 해머링 맨(Hammering Man)으로 유명하다. 시애틀에 주재했을 때는 이 미술관을 바라보고 있는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매일 창문 너머로 해머링 맨의 큰 얼굴이 보였다. 비슷한 조각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앞에도 있다.

당시 시애틀 미술관에서는 대규모 전시가 있을 때면 그 전날에 사전 이벤트로 리셉션, 전시품 소개, 나이트 투어 등의 행사가 열렸다. 샴페인을 손에 들고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천천히 작품을 둘러본다.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는데, 이런 행사는 지역 기업의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시애틀은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 굴지의 글로벌기업의 본거지며, 지역 문화와 예술, 복지에 대해 기업들의 깊은 이해와 더불어 지원 또한 두텁다. 한 도시의 문화는 바로 그 도시의 얼굴이며, 시민과 기업의 자랑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었다.